
넷플릭스 다큐 ‘나는 생존자다’, 형제복지원 사건 다시 불붙은 분노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가 지난 15일 공개된 이후, 형제복지원 사건을 둘러싼 사회적 파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피해자들의 증언이 생생하게 담기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시청자들까지 분노를 표출하고 있으며, 가해자인 고(故) 박인근 전 원장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호주 내 사업체에 대한 불매와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0~80년대 부산에서 벌어진 현대사의 최악의 인권 유린으로 기록된다. 가난한 이들과 노숙인을 ‘사회 정화’라는 명목으로 불법 수용한 뒤, 강제노역·폭행·성폭력 등이 자행됐다는 증언이 드러났다. 수천 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지만, 정작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생존자들은 “사람이 아닌 한 마리 가축처럼 취급당했다”며 끔찍했던 당시의 상황을 낱낱이 증언했다. 충격적인 내용이 공개되자 여론은 들끓었고, 박 전 원장 가족들이 호주에서 운영 중인 스포츠센터와 보석 사업체가 즉각 도마 위에 올랐다.
구글 지도 리뷰에는 “피 묻은 돈으로 세운 시설”, “한국의 아우슈비츠를 기억하라”는 문구가 각국 언어로 빼곡히 채워졌다. SNS 역시 수년간 업데이트가 없던 계정에 항의 댓글이 쇄도하며, 일부 사업체 홈페이지는 접속이 중단된 상태다.
호주 유력지 디 오스트랄리안은 “형제복지원 생존자들이 시드니에 거주하는 가해자의 가족에게 정의 구현을 요구하고 있다”며 해당 사건을 상세히 보도했다. 박 전 원장이 1990년대 호주로 도피하며 약 530억 원을 반출했고, 시드니 서부에 위치한 대규모 스포츠센터가 연간 3억 원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제작을 맡은 조성현 PD는 “피해자가 직접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지만 가족들은 비웃거나 경찰을 불렀다”며 “반성과 책임 없는 태도가 분노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 언론은 가해자 가족의 얼굴조차 공개하지 못하지만, 해외 언론은 이미 신상과 재산 내역까지 보도했다”며 언론 환경의 한계를 꼬집었다.
한편 박 전 원장의 손주 며느리로 추정되는 인물은 SNS를 통해 “남편은 복지원이 문을 닫은 뒤에 태어났고, 시부모와도 절연했다”며 선을 그었으나, 비난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가족 전체에 대한 제재가 ‘연좌제’라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피해자와 유족들은 여전히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 있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는 생존자다는 공개 직후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 1위에 오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전작 나는 신이다가 가해자들의 실체를 고발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시즌은 생존자들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춰 한국 사회가 반드시 직면해야 할 진실을 환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