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전남 보성 앞바다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보성 어부’ 오종근이 2024년 7월 광주교도소에서 86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4명을 무참히 살해하고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국내 최고령 사형수로 불렸던 그의 죽음은 사건의 종결을 의미했지만, 피해자 유족과 사회에 남긴 상흔은 여전히 깊다.
오종근의 범행은 2007년 여름, 두 차례에 걸쳐 벌어졌다. 그는 “어장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20대 대학생 커플과 여행 온 여성 두 명을 배에 태운 뒤 바다 한가운데로 데려가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 피해자들은 순식간에 바다로 밀려 떨어졌고, 배에 오르려 발버둥치는 순간에도 그는 삿갓대(갈고리 달린 막대기)로 무차별 공격해 숨지게 했다.
당시 수사는 난항을 겪었으나, 피해자가 남긴 문자 메시지와 한 어부의 그물에 걸린 디지털카메라가 결정적 증거가 됐다. 카메라 복원 사진에는 오종근이 바다에서 작업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고, 그의 거짓 진술은 무너졌다. 결국 그는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1심부터 대법원까지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고도 그는 끝내 집행되지 않았다. 교도소에서 노년을 보내던 오종근은 “배 태워 준 것밖에 죄가 없다”며 억울함을 주장했으나, 반성 없는 태도는 오히려 국민적 공분을 키웠다.
그의 범죄는 가족에게도 치명적이었다. 큰아들은 부친의 만행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내와 딸들은 연을 끊은 채 뿔뿔이 흩어졌다. 오종근의 죽음은 교도소 담장 안에서 끝났지만, 피해자들의 짧은 삶과 유족들의 고통, 그리고 사회가 겪은 충격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보성 어부 살인사건’은 단순한 흉악범죄를 넘어 우리 사회가 범죄자에 대한 형벌과 사형제 존치 여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묵직한 질문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