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용인시 한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여성 살해 사건의 피의자가 범행 하루 만에 강원도 홍천에서 붙잡혔다. 하지만 피해 여성이 불과 석 달 전 가해자에게서 범죄 피해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초기 대응과 사건 처리 적절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30대 남성 A씨는 전날 새벽 용인시 수지구의 한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서 지인인 3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뒤 차량을 몰고 도주했다. 이후 강원도 홍천군 한 학교 인근에 차량과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흉기를 버린 뒤 야산으로 숨어들었으나, 드론과 수색견을 투입한 경찰 추적 끝에 사건 발생 30시간 만에 검거됐다.
A씨는 체포 직후 경찰 조사에서 “내가 살해한 것이 맞다”며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범행 당시 입었던 옷차림 그대로 밤새 야산에 숨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획적 보복 범죄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피해자 B씨는 지난 5월 A씨로부터 범죄 피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두 달 뒤에는 A씨가 되레 B씨를 처벌해 달라고 맞신고하는 등 갈등이 이어졌다. 경찰은 A씨가 B씨의 퇴근 시간을 미리 파악한 뒤 흉기와 렌터카를 준비해 범행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피해자가 경찰에 위험 신호를 이미 보냈음에도 결국 극단적 범죄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B씨의 신고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가해자의 보복으로 이어진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초동 대응 부실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은 “A씨와 B씨 사이에 교제 폭력이나 스토킹 범죄 정황은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향후 성범죄나 지속적 미행 등 추가 사실이 드러날 경우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피해자의 시신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는 한편, A씨의 범행 동선과 피해자의 생전 행적을 분석해 추가 범죄 가능성도 수사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범행을 넘어, 범죄 피해자 보호 시스템의 허점과 경찰 대응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남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