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15년 만에 대대적인 변화를 단행했지만, 정작 사용자들 사이에선 반발 여론이 거세다. 메신저 본연의 단순 기능보다 SNS화된 화면 구성과 광고 확대가 눈에 띄면서 “카톡이 왜 이래”, “절대 업데이트 하지 마라”는 목소리가 온라인을 도배하고 있다.
24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 ‘이프(if) 카카오 2025’를 통해 카카오톡의 구조 개편을 공식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친구 탭이다. 기존의 단순 목록형에서 벗어나 사진·영상·게시물이 타임라인 피드 형태로 표시되며, 이용자는 친구의 프로필 변경 내역을 인스타그램처럼 한눈에 보게 된다. 또 채팅방 폴더 정리, 메시지 수정 기능, 숏폼 영상 탑재, AI 요약·검색 등 기능도 대거 추가됐다.
그러나 사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우선 친구 탭 개편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메신저에서 남의 프로필을 억지로 보게 만든다”, “SNS 짝퉁 같다”는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업무용 연락처나 잘 알지 못하는 지인의 프로필 변화가 화면 가득 표시되면서 피로감을 느낀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광고 노출 문제도 불씨가 됐다. “피드 중간 광고가 친구 게시글처럼 보여 헷갈린다”, “광고 크기까지 커졌다”는 반응이 이어지며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숏폼 기능 역시 논란거리다. “메신저가 아니라 틱톡을 따라가려는 것이냐”, “원치 않는 영상을 강제로 보게 된다”는 불만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그 결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카카오톡 자동 업데이트 끄는 법’, ‘업데이트 롤백 가능 여부’ 등이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이미 업데이트한 사용자들은 “돌아갈 수 없다는 게 더 괴롭다”고 토로한다.
반면, 일부 기능은 호평을 받는다. 메시지를 24시간 이내 수정할 수 있는 기능, 보이스톡 녹음·텍스트 변환·AI 요약 기능 등은 업무와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챗GPT를 채팅창에서 직접 불러올 수 있는 기능은 생산성 도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처음엔 낯설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더 자유롭고 편리한 대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 개편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카카오톡의 정체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고 본다. 해외에서도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이 무리한 개편으로 역풍을 맞은 전례가 있다. 반면 왓츠앱은 메신저 본질을 강화하며 성공적으로 진화한 사례다. 한 IT 관계자는 “카카오톡이 메신저 본연의 정체성을 얼마나 지켜내느냐가 향후 사용자 수용성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개편은 ‘AI 기반 생활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노린 카카오의 승부수다. 다만 이용자들의 반감을 잠재우지 못한다면, 카톡의 지위를 위협하는 결정적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