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패션 트렌드의 중심에는 ‘값비싼 명품’이 아닌 ‘합리적인 가성비 아이템’이 자리 잡고 있다. 블랙핑크 제니, 소녀시대 유리, 배우 한소희 등 스타들이 일상에서 착용한 소박한 패션 소품이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며 2030세대 소비자들의 ‘힙한’ 쇼핑 코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접이식 선글라스다. 원래는 러너나 등산객들이 주로 사용하던 기능성 아이템이었지만, 제니가 공항 패션과 무대 리허설 등에서 착용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몽벨의 ‘트래킹 선글라스’는 출시 직후 완판을 기록했고, 젠틀몬스터가 선보인 ‘포켓 컬렉션’ 역시 대부분의 제품이 품절됐다. 품귀 현상이 이어지자 소비자들은 다이소 2000원짜리 접이식 선글라스로 눈을 돌렸고, 이마저도 온라인몰과 매장에서 동나며 ‘대체 상품 대란’으로 번졌다.
스타들의 소탈한 패션 열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제니가 입은 3만5000원짜리 캐주얼 티셔츠, 유리가 자랑한 다이소 1000원짜리 선글라스, 한소희가 생일파티에서 착용한 1000원 액세서리 세트까지 모두 ‘없어서 못 사는’ 인기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특히 ‘다이소템’은 ‘싼 게 힙하다’는 인식을 강화하며 MZ세대 사이에서 ‘스타 따라잡기’ 쇼핑을 이끄는 상징적 존재가 됐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가격이 아닌 ‘스타가 쓴 아이템’과 ‘SNS 화제성’을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명품이 아니더라도 스타가 선택한 일상 소품은 그 자체로 희소성과 스토리를 갖게 되면서 트렌드를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영앤리치’로 불리던 스타들의 소박한 소비가 역설적으로 더 큰 파급력을 만들어내며 패션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실용적이면서도 트렌디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